우주 궤도에 배치되기 전 스타링크 위성의 모습. /스페이스X

한국에서도 이르면 이달 안에 미국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 통신 서비스 ‘스타링크’를 쓸 수 있게 된다. 스타링크는 한국 내 서비스 시작에 필요한 우리나라 정부의 관련 심사를 현재 대부분 통과한 상태로, 국립전파연구원의 단말기(안테나) 적합성평가만 남겨놓은 상태다. 약 3주 정도 걸리는 이 평가가 끝나면 스타링크 측이 서비스 개시 시점을 결정할 수 있는 만큼 이르면 이달 내, 아니면 다음달 안에는 한국에서도 스타링크를 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다만 스타링크가 시작되더라도 당장 한국에서 저궤도 위성과 휴대전화를 바로 연결해주는 서비스(DTC)가 아니라, 위성에서 선박이나 항공기 등에 있는 안테나·중계기를 통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령, 장기 항해 선박의 선원들에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인터넷 검색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 스타링크는 기존에 기지국이 없던 인터넷 취약지역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아울러 산불 등 재난 상황에서도 보조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30일 미국 스페이스X와 스타링크 코리아가 체결한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의 국내 공급에 관한 국경간 협정을 승인했다. 스타링크가 한국 서비스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었는데, 이것이 처리되면서 이제 단말기(안테나) 적합성 평가만 남게 된 것이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는 고도 550㎞에 인공위성 6000여 개를 쏘아 올리고, 이를 통해 지상과 신호를 주고받는 통신 서비스다. 기존 정지궤도 위성(3만5000㎞ 이상) 대비 고도가 낮아 통신 속도가 훨씬 빠르다. 각 위성의 통신 범위가 좁다는 단점은 위성을 수천 개 쏘아 올려 해결했다.

스타링크는 국내에서 주로 해운업계와 항공사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전망이다. 도심에서는 기존 통신 서비스에 비해 요금도 비싸고 속도도 느리지만, 지상 통신망이 닿기 어려운 해상이나 항공기, 산간 오지 등에선 스타링크가 활용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LTE와 비슷한 수준의 속도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최근 영남권 산불 같은 재해 상황에서도 스타링크가 지상 기지국 손실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타링크 코리아의 공식리셀러인 SK텔링크가 이달 초 저궤도 위성 통신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배포한 포스터. /SK텔링크

스타링크는 현재 전 세계에서 비슷한 수준의 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주로 이용될 것으로 보이는 ‘글로벌’ 요금제는 데이터 용량에 따라 4단계로 구분돼 월 기본 요금 250~2150달러(미국 기준, 약 37만~315만원)가 부과된다. 여기에 데이터를 50GB 추가할 때마다 100달러가 더 붙는다. 안테나와 단말 등 초기 장비 가격은 2499달러지만, 대형 선박의 경우 장비를 여러 대 설치해야 해 비용은 더 늘어난다.

스타링크 서비스의 직접적인 고객 영업이나 판매 등은 SK텔링크, KT 샛(SA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가 담당하게 된다. 이들은 해양·선박과 저비용항공사(LCC)에서 위성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고객이 이들 업체에서 스타링크 서비스에 가입하면 국내 통신사는 스타링크 위성 신호를 와이파이로 변환해주는 안테나·중계기 등을 구축해 준다. 이렇게 단말이 설치되면 스타링크의 위성을 통해 데이터를 받아 와이파이 형태로 인터넷이 제공되고, 이를 스마트폰·노트북 등으로 이용할 수 있다.

아직 스타링크가 공식적으로 한국 서비스 시점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이미 SK텔링크는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가 국내 상용 서비스로 위성통신 시장의 판도를 바꾸도록 하는 본격 행보에 나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이달 초 배포한 상태다. 이 회사는 스타링크 도입으로 국내 위성통신 시장의 패러다임이 저궤도 기반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SK텔링크는 해상 선박, 항공기 등 기존 위성통신 수요가 존재하던 분야 뿐 아니라 스타링크 활용 방안을 고민하는 고객에게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적용 사례 및 고객사 환경에 적합한 맞춤형 도입 프로그램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다양한 산업군의 특수 수요에 맞춰 해상·항공 전용 패키지, 공공기관 전용 요금제, 고정형·이동형 단말 조합 등 상품을 확대할 방침이다.